시집 ‘늙은 책가방’을 출간하며 어엿한 시인으로 등단한 할머니 시인은 김예동, 백만금, 여애은, 오문자, 윤춘애, 이덕조, 임봉남 등 일곱분의 할머니이다.
시집에는 천성마을의 아름다운 자연과 일상, 삶의 이야기를 소박하고 순수하게 노래한 82편의 작품이 담겨있다.
‘한센촌’으로 알려진 천성마을의 할머니 시인들은 과거 사회의 편견과 교육적으로 소외돼 한글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것을 그저 한으로 안고 살아왔다.
어르신들이 배움의 즐거움을 알게 된 것도 10년전 마을에 들어선 천성마을 행복학습관에서의 새로운 도전을 통해서다.
이곳에서 한글도 배우고 노래와 그림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배움의 한을 풀어 온 어르신들은 지난 2017년 양정화 작가로부터 작문을 배우며 본격적인 창작의 길로 접어들었다.
굵은 마디의 손과 노년의 나이로 글을 쓴다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젊은이 못지않은 노력으로 습작의 질은 점차 나아졌다.
양 작가는 지난해 이들에게 감성을 담아낼 수 있는 시 쓰기를 권유했다. 그렇게 시작한 시 쓰기는 첫 시집 발간으로 이어졌고 평생 꿈조차 꾸지 못했던 시집 출간에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할머니 시인 김예동(93세) 어르신은 “시작은 정말 어려웠는데 하니까 되더라”며 “노력하면 무엇이든지 못 이룰 것이 없음을 알게 되었고, 다른 것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염일열 서정대학교 지역발전연구소장은 “평생학습을 통해 이제 한글을 깨우친 어르신들이 짧게는 60년, 길게는 90년 이상 살아오며 마음에 품었던 서러움과 응어리를 풀고 있다”며 “학습관의 프로그램은 어르신들의 이러한 기대를 충족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구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천성마을 행복학습관은 서정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양주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으며 경기도 경기행복학습마을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평생교육 지원사업을 통해 생활영어·민화·노래교실·요가교실·문학창작·종이접기 등 다양한 학습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마을의 ‘작은 학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저작권자 ⓒ 위클리와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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